커피 대신 이것 2030 사이의 신 디저트 메뉴, 차(茶)를 즐기는 문화가 2030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웰니스’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젊은 층이 건강하게 마시는 것에 관심이 늘고 있어서다. 그간 티 하우스에서 오마카세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호텔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이색 차와 디저트’를 선보이는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 4층 로비 라운지바 ‘르미에르’의 새로운 신 디저트 메뉴를 소개한다.
디저트까지 영역 확장한 오마카세 문화
“티에 중점을 두는 호텔은 많지 않았다”라며 “그간 위스키와 커피에 중점을 많이 두는 편이었는데 차에 기반한 메뉴를 개발해 보고 싶었다”라고 이민지 티 마스터는 기획 이유를 밝혔다. 차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이 없어 공부했다는 그는 수온과 시간을 재며 차를 우려내고 있었다.
오마카세(‘맡긴다’는 뜻의 일본어)는 셰프 마음대로 요리를 선보이는 형태다. 요즘은 한우, 커피는 물론 디저트까지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티 오마카세는 즐길 수 있는 오감 포인트가 확실하다. 시각적으로는 풍미가 강해질수록 깊어지는 수색을 지켜볼 수 있다.
프렌치스타일로 재해석한 홍삼 디저트까지
여기에 아트 요소도 더했다. 미디어아트 전시관 ‘그라운드 시소 명동’과 협업해 ‘알폰스 무하’ 작품을 곳곳에 담았다. 알폰스 무하는 파리에서 활동한 아르누보 양식의 대가로 알려진 체코 출신 예술가다. 두 곳의 협업 이유가 궁금했다. 르메르디앙이 프랑스에 뿌리를 둔 호텔이다 보니 ‘프랑스’라는 공통 요소가 있어 합을 맞췄다고 한다.
르메르디앙은 1972년 프랑스 국적기인 에어 프랑스에서 세운 호텔 체인으로 2005년 스타우드 호텔이 인수했다. 알폰스 무하 작품이 그려진 카드를 돌려보면 코스에 따라 달라지는 차와 조합한 메뉴 설명이 나온다. 차를 우려내는 소리가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이다. 명동의 분주함은 잊으라는 듯 멍 때리며 차에 스며든다.
티 오마카세 소요시간은 총 1시간 30분. 티 마스터의 해설이 함께 이뤄진다. 차에 대한 역사와 풍미, 즐기는 방법까지 전달한다. 콘셉트는 ‘사계’다. 인생의 순환을 음식으로 재해석해 5코스로 만들었다. 박홍희 총괄 셰프와 이민지 티 마스터가 고심하며 차에 어울리는 디저트를 발굴했다. 티 푸드는 특히 모든 셰프가 직접 차를 마시고 맛을 극대화할 수 있는 디저트로 만들었다고 한다.
디저트 즐길수 있는 오감 포인트 확실
차를 잘 몰라도 괜찮다. 이곳에서 취향을 찾아갈 수 있다. 차가 바뀔 때마다 각기 색이 다른 찻잔이 담기는 모습도 즐겁다. 시중에서 흔히 만나볼 수 없는 고급 차를 맛볼 수 있다. 수색이 맑을수록 부드럽고 라이트 한 보디감을 보인다. 보디감은 입에서 느껴지는 밀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디감이 높을수록 맛이 진하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차는 ‘백호은침’이다. 투명하고 맑은 수색에 감미로운 맛이 일품이다. 싱글 오리진(다른 차와 블렌딩하지 않고 단일 원산지에서 생산된 차)을 베이스로 겨울을 표현했다. 따로 구입할 수 없고 오직 티 오마카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차다.
티 마스터는 “백호은침은 만들기도 어렵고 까다로워 중국 백차 중 가장 귀하다고 알려져 있다”라며 “싱글티 중에서 추천을 한다면 단연 백호은침을 추천한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10대 명차인 ‘서호용정’은 봄의 기운을 담았다. 중국 녹차로 고소한 풍미와 함께 난꽃 향이 은은하다.
‘다즐링 세컨드 플러쉬’는 차의 샴페인으로 불리는 인도 홍차다. 여름을 표현한 차로 천도 복숭아 향을 지녔다. 페어링 메뉴는 리치 로즈 케이크. 가운데 로즈 크림이 가득하니 나이프로 잘라먹는 것을 추천한다.
가을을 표현한 운남전홍 싱글 오리진
가을을 표현한 운남전홍은 싱글 오리진 티로 핫초콜릿을 연상시키는 향이다. 사계를 마무리하는 마지막은 ‘스트로베리 아보카모르’다. 티 마스터가 직접 만든 블랙 티다. 딸기맛이 긴 여운을 남기는데 가볍지 않고 묵직하다. ‘아베카모르’는 프랑스어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이곳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차라고 한다. 원래 딸기뷔페에서 선보인 차였는데 반응이 좋아 프로그램에 추가했다. 매주 화요일부터 목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만 진행한다. 9월 30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세션당 최대 6명만 가능하니 예약은 필수다. 인당 5만 8000원이다.
커피보다 예쁘게 먹는 보양식
기존 호텔들의 보양식은 삼계탕부터 시작했다. 어느 호텔을 가나 여름철 보양 메뉴는 크게 다르지 않고 복스럽게 먹어야만 할 것 같다. 아직은 무더운 여름, 좀 더 예쁘게 먹을 수 있는 분위기 있는 보양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도심 속 호텔에서 단순한 휴식을 넘어 진정한 재충전을 누릴 수 있다.
르메르디앙은 보양식을 프렌치 스타일로 재해석한 보양 디저트 세트 ‘라 상떼’를 선보이고 있다. 여름 시즌 한정 프로모션이다. 프랑스 정통 디저트이자 시그니처 메뉴인 에클레어에 한국 전통 보양 식재료인 홍삼을 활용했다. 길쭉한 에클레어 속을 홍삼 크림으로 부드럽게 채웠다.
분주한 명동 속 비 일상의 경험
여기에 음료는 따뜻한 백차나 콤부차 레모네이드를 선택할 수 있다. 백차는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고 깔끔했다. 콤부차는 다이어트와 디톡스에 신경 쓰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했다. 허브향을 자아내는 달지 않은 시원한 맛이 갈증을 날렸다. 보양 디저트 세트 ‘라 상떼’는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가능하다.
일요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한다. 1세트 기준 2만 4000원. 이색 디저트를 기획한 경력 20년 차의 베테랑 박홍희 셰프를 만나봤다. 지난해 6월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에 합류해 그해 11월 25일 개관했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 배경은
명동 입지와 호텔 특성상 외국인 방문이 많다. 르메르디앙은 미국인이 가장 많을 정도로 외국인 방문율이 높다. 매번 호텔에서 삼계탕과 같은 음식들을 접하다가 보양식을 디저트로 풀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르메르디앙은 시그니처 디저트로 ‘에클레어’가 있다. 보양차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고 싶었다. 가니시로는 인삼을 정과를 만들어 올렸다.
최근 고객 니즈와 트렌드 변화는
음식 문화 자체가 빠르게 유행처럼 돌아가고 있다.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벤치마킹을 많이 다니고 있다. 방문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많은 조언을 들으면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말복 초복 중복에 다 들어가는 재료가 삼 종류다. 이런 한약재를 많이 끓이는 게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먹는 보양식이라고 생각해서 형상화했다.